한때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던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유럽 점유율이 최근 60%에서 37%까지 추락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경쟁력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 요인과 정책, 전략 타이밍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글에서는 K-배터리가 유럽 시장에서 10년간 지켜온 선도적 위치를 내준 원인을 정책, 기술, 시장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다.
투자 타이밍과 현지화 전략 지연
한국 배터리 3사는 기술력과 품질 측면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유럽 시장에 대한 전략적 투자 시점에서 결정적인 지연을 겪었다.
특히 2020년 이후 유럽 내 전기차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배터리 현지 공급망 확보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지만, 한국 기업들은 설비 증설과 부지 확보에 있어 중국 기업보다 1~2년 이상 늦게 움직였다.
중국의 CATL은 헝가리, 독일 등 유럽 주요 거점에 빠르게 초대형 공장을 건설하며 유럽 고객사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고, 현지 생산 비중을 빠르게 높였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투자자금 확보와 인허가 문제, 유럽 내 정부 협의 등에서 발이 묶이며 선점 기회를 잃었다.
특히 초보자들이 시장 동향을 해석할 때 흔히 놓치는 부분은 '속도'의 중요성이다.
기술력보다 빠른 진입 타이밍이 훨씬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 지원의 격차: 민간 주도의 한계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배터리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CATL과 같은 민간 기업에 대규모 자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했다.
특히 헝가리 공장 건설에는 11조 원 중 6조 원 이상을 중국 정부가 보조하고,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이중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했다.
반면 한국은 민간 주도 시장 구조로 인해 정부의 직접적 투자나 보조금이 제한적이었다.
이로 인해 배터리 3사는 전략적 타이밍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지 못했고, 자본력과 속도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산업 전략이 정부 중심인지, 민간 중심인지에 따라 결과는 극명히 갈렸다.
초보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기술=시장지배'라는 단순 공식에 기대지 않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자본, 정책, 로비, 규제 대응력 등 비기술 요소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
유럽연합은 탄소중립과 공급망 안정성을 목표로 ‘EU 배터리 규제법’ 등을 통해 유럽 내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편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아시아 생산 중심 모델에 의존했고, 유럽 내 완성차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나 합작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반면 CATL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과 빠르게 파트너십을 맺고 수주 물량을 장기 계약으로 확보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은 있지만, 정책적 흐름과 고객사 니즈에 대한 민첩한 대응력이 부족했던 셈이다.
산업 분석 초보자라면 ‘정책과 외교’도 시장 경쟁력의 일부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국제 공급망이란 단순한 상거래가 아닌, 전략적 외교 영역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K-배터리의 점유율 하락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전략과 구조의 문제다.
앞으로도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더 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금, 정책, 파트너십 등 전방위적인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다.